32. 복지와 성장 사이, 한국 사회의 선택

한국 사회는 빠른 경제 성장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복지 확대와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 사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복지는 사회적 안정과 신뢰를 제공하고, 성장은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본문에서는 한국이 직면한 복지와 성장 간의 균형 문제를 살펴보고, 향후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습니다.

복지 확대의 필요성과 사회적 효과

복지 정책은 단순한 재분배 수단을 넘어 사회 안정과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성장 우선’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그 과정에서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었습니다. 특히 청년 세대의 고용 불안, 고령화로 인한 노인 빈곤, 돌봄 공백 문제 등은 복지 확충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복지 확대는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강화합니다. 예를 들어, 실업급여나 기초생활 보장제도 같은 사회 안전망은 개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복지는 소비를 촉진하여 내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어야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이는 다시 기업 활동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형성합니다. 즉, 복지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복지 확대는 재정 부담을 수반합니다.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 논의가 불가피하며, 이는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재정 부담을 이유로 복지를 소홀히 한다면 사회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장기적으로 성장의 동력마저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복지 확대는 단순히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의 필수 조건입니다.

성장 중심 전략의 장단점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 성장을 경험했습니다. 성장 중심 전략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성장은 여전히 한국 사회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기술 패권 경쟁,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성장 동력이 필요합니다. 혁신 산업에 대한 투자, 규제 완화, 기업 활동 지원은 성장을 가속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만을 강조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나친 경쟁과 성과 중심 문화는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 구조는 중소기업과 청년 세대의 기회를 제한하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환경 문제 역시 성장 중심 전략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무분별한 산업화와 개발은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를 불러왔으며, 이는 이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장은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성장 전략은 오히려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복지와 성장의 균형 전략

복지와 성장은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요소입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도전은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복지 없는 성장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며, 성장 없는 복지는 재정적 한계로 지속될 수 없습니다.

첫째, 생산적 복지 모델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고용·주거 지원을 통해 국민이 스스로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지가 핵심입니다. 예컨대 직업 재교육 프로그램이나 청년 창업 지원은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촉진하는 정책입니다.

둘째,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 산업 투자와 함께 복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헬스, 디지털 산업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와 복지 확충은 상호 상승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균형 전략의 핵심입니다.

셋째, 조세제도 개편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고소득층과 대기업 중심의 증세 논의와 동시에 세제 혜택을 통해 중소기업과 서민층을 지원하는 방식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유용합니다. 이는 복지 확대와 성장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입니다.

결국 복지와 성장 사이에서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어느 한쪽의 극단이 아니라 균형입니다. 조화로운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때 한국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복지와 성장 사이에서 한국 사회가 내려야 할 선택은 ‘양자택일’이 아닙니다. 복지 확대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성장 전략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조화로운 균형이 필요합니다. 복지와 성장은 서로를 제약하는 요소가 아니라, 함께 나아갈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축입니다. 한국 사회가 이 균형점을 찾아낸다면, 미래 세대에게 더욱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